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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생태에세이】 푸름에 홀릭…chapter 01. 먹는 자 먹히는 자

■ 변신의 꿈을 접다 ▬ 산호랑나비 애벌레

이지우 작가 | 기사입력 2022/04/10 [07:26]

【이지우 생태에세이】 푸름에 홀릭…chapter 01. 먹는 자 먹히는 자

■ 변신의 꿈을 접다 ▬ 산호랑나비 애벌레

이지우 작가 | 입력 : 2022/04/10 [07:26]

 

▲ 이지우 작가약력:『현대수필』 수필등단, 『시현실』 시등단저서: 생태에세이『푸름에 홀릭』2쇄

 

나무는 봄부터 뜨거운 여름과 혹독한 추위 그리고 병충해 등을 견디며 길게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의 나이테를 키운다.

가을이 되면 단풍의 절정에서 고생한 자신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기라도 하듯이 나뭇잎을 한 잎 두 잎 떨어뜨린다철저히 겨울 준비가 끝났기에 미세한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나무와 이별도덜어내기 작업도 과감하게 한다마지막까지 자연에 돌려주기 위한 작업이기에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한다이런 모습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위대한 자연 앞에 고개가 숙어진다-저자 머리말 중에서-

 

 

변신의 꿈을 접다    ▬ 산호랑나비 애벌레

 

바람이 심하다. 신경 쓰지 말고 놀러 오라는 형부 말에 친구 6명을 데리고 형부네 곤지암 농장을 찾았다. 농장에는 상추, 고추, 도라지, 땅콩에 토종닭까지 키우는데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점심 식사를 위해 달려온 마음과 짐을 풀었다.

 

마당 한쪽에 움푹 들어가 물이 고인 곳에 애벌레가 빠져 꿈틀거리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나는 물속에서 얼른 건져 살핀다. 산호랑나비 애벌레였다. 5령은 된 듯 몸집이 크고 귀엽다. 어쩌다 물웅덩이에 빠졌는지, 강한 바람에 이곳까지 날아온 걸까. 주변을 보니 뽕나무만 있는데 어디서 떨어졌을까?

 

▲ 네발나비 번데기



 

 

 

 

 

 

 

 

 

 

 

▲ 산호랑나비 애벌레 



 

 

 

 

 

 

 

 

 

 

 

▲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

 

▲ 매미나방 애벌레




 

 

 

 

 

 

 

 

 

 

 

 

이 친구는 산형과 식물만 먹는 애벌레이기에 먹이를 몇 잎 따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나의 개인적인 이기심이 발동해 애벌레를 관찰하고 번데기 시절을 거쳐 나비가 되는 변신 과정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집에 데려온 지 이틀이 지났다. 내가 보기에는 곧 번데기가 될 듯 먹이를 엄청 먹어 대고 똥도 많이 싸놓는다. 책상 위에 놓고 책을 보고 있는데 엄청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행동이 이상하다. 먹이는 입에도 안 대고 발작하듯 온몸을 떨어댄다.

 

왜 이러지, 종일 몸부림치며 떠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번데기가 되기 위한 옷 입기가 이리도 힘든 걸까. 몸부림은 고통을 호소하듯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애절하다. 대화가 통하면 좋으련만,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애벌레 통을 들여다보니 변신을 하는 중이다. ‘바로 이거….’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지금 머리부터 스르르 다른 옷을 입고 있다. 머리 부분부터 번데기 탈을 쓴 채 반은 아직 애벌레 모습을 하고 있다. 나머지 변신을 기다리며 시간에 궁금증을 묻고 자세히 보고 있다. 서서히 옷을 갈아입고 있는 옷…, 많은 시간이 지났다. 가끔 잔떨림만 있을 뿐 더 이상의 변화가 없다.

 

‘애벌레야, 이러면 안돼, 힘을 더 내라고….’

 

‘변신은 어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고정하고 살피고 있다. 더 이상 움직임이 없다. 물에 빠진 것을 살려 번데기와 나비가 되면 날려 보내려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번데기 옷을 입다 말고 생을 마감하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며칠 전 농장에서 한 친구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이왕에 태어날 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억울해. 이 나이에 그런 꿈을 꾼다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인가.”라며 큰 소리로 떠들던 친구의 허한 웃음소리가 허공을 치고 나간다.

 

“미인의 꿈, 재벌의 꿈, 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이제는 그 꿈들을 이제는 모두 접어야겠어.” 하던 친구 말이 변신의 꿈을 반으로 접은 애벌레에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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