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우 생태에세이】 푸름에 홀릭…chapter 01. 먹는 자 먹히는 자■ 더 크게 울어 ▬ 매미
나무는 봄부터 뜨거운 여름과 혹독한 추위 그리고 병충해 등을 견디며 길게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의 나이테를 키운다. 가을이 되면 단풍의 절정에서 고생한 자신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기라도 하듯이 나뭇잎을 한 잎 두 잎 떨어뜨린다. 철저히 겨울 준비가 끝났기에 미세한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나무와 이별도, 덜어내기 작업도 과감하게 한다. 마지막까지 자연에 돌려주기 위한 작업이기에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한다. 이런 모습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위대한 자연 앞에 고개가 숙어진다. -저자 머리말 중에서-
더 크게 울어 ▬ 매미
창틀에서 매미가 한바탕 시끄럽게 노래를 하고는 조용하다.
뜨거운 바람이 방충망 사이로 훅하고 들어온다. 여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아파트 화단에는 여러 종의 나무가 식재된 지 오래되어 매미도 참 많다.
놀이터 옆 벚나무에 매미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암매미가 게걸음을 하며 옆으로 슬슬 기어간다. 나무줄기에서 숫매미가 암매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리 높여 울고 있다. 암매미는 슬금슬금 뒷걸음과 옆걸음으로 자리 이동을 한다. 다른 숫매미 한 마리가 또 날아와 앉는다. 두 마리의 숫매미가 서로 목청을 높이며 노래를 한다.
남편이 저녁 10시경 퇴근길에 땅에서 나와 길 잃은 매미 한 마리를 들고 왔다. 투명한 허물을 뒤집어쓰고는 성충으로 태어나기 위해 탈피 장소를 찾지 못한 매미였다. 허물과 매미를 보았지만 이렇게 허물까지 쓰고 나온 매미는 처음 본다. 시커먼 것이 꿈틀거리니 나는 섬뜩하여 만질 수도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매미를 안전하게 곤충 통에 넣고 아파트 화단에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다 넣어 주었다. 그러자 예리한 발로 가는 잔가지를 타고 위를 향해 올라간다. 지금 이 매미는 탈피를 위한 에너지를 쓰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7년을 땅속에서 살다 세상에 나온 매미를 채집통에 가두고 죄의식에 잠시 빠진다. ‘밖에 내다가 안전하게 탈피를 하게 할까. 아냐, 그래도 한번은 직접 보아야 해….’ 갈등은 관찰하는 쪽으로 결정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매미가 궁금해 통을 들여다보니 매미는 보이지 않고 허물만 바닥에 있다. 곤충 통 안을 찾아보니 매미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탈피한 지가 얼마 안 돼 날개와 몸이 초록빛이 돌고 있었다. 매미의 비닐 같은 투명 날개에 얼기설기 지나가는 그물 줄에 형광 초록 피가 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검게 변하고 있다. 여린 날개를 손으로 만지면 잘못될까봐 완전한 모습으로 말리고 스스로 날수있을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흘러 성충이 된 것을 확인 후 매미를 꺼내 배를 살펴보니 발음기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숫매미다. 몸을 만지니 울기 시작한다. 그것도 쉰 목소리로 “맴 맴 맴 매---엠-”, ‘이놈은 울음소리를 들어 보니 참매미로군!’ 첫울음 소리를 들었다. 감동의 순간이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 첫울음을 우는 것처럼 “맴 맴 맴 매---엠”
숫매미의 구조는 배와 가슴 사이에 발음기관이 있다. 발음기관을 열어 소리를 내다가 마지막 소리를 낼 때는 엉덩이를 바짝 들고 소리를 길게 내는 것이다. 짝짓기의 선택은 암매미만 한다. 3~7년 동안 땅속에 살다가 세상 밖에 나와 짝짓기가 끝나면 숫매미는 곧 죽는다. 땅에 떨어져 죽은 매미를 보고 나는 누가 일부러 죽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암매미는 발음기관이 없고 숫매미가 힘차게 울면 목소리가 맘에 드는 숫매미에게 다가가 짝짓기를 한다. 대부분 곤충이나 동물은 이렇게 암컷이 수컷을 선택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매미는 산란관을 나무껍질 속에 꽂아 알을 낳는다. 알은 줄기 속에서 겨울을 난 후 다음 해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 즙을 빨아 먹으며 땅속 생활을 한다. 긴 땅속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다.
탈피, 그것은 세상과의 인사, 짝짓기와 죽음이다.
매미의 삶을 생각하며 공원길을 걷는다. 검은 먹구름이 공원의 하늘을 가린다. 바람도 검은색을 띤다. 그 사이로 가는 빛이 들어온다. 매미 울음소리도 바람을 타고 허공에 수를 놓고 있다.
매미야 더 크게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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