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림의 축복
이렇게 더워서는 곤란한데.. 하며 지새던 밤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제 작은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침 가을바람은 쌀쌀하기도 합니다.
폭풍같이 들이닥쳤던 어머니의 암 선고 이후 시간은 무색하게도 흘러왔고, 흘러가는 중입니다. 기차를 타고 매주 동대구와 서울을 오르내리던 일조차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살이에 자연스레 물들어가고 있는 요즈음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듯합니다.
열심히 잘 회복 중이신 어머니 덕인지는 몰라도, 늘 목 끝까지 차있던 울음과 먹먹한 가슴 아픔은 많이도 잠잠해졌습니다.
함께 TV를 보며 웃고 있다가, 언제나처럼 밥을 먹다가 그때의 마음이 고스란히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며 행복은 늘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었지 하며 말입니다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물음에 어떤 날은 아프셨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기도 합니다.
‘아차’ 싶다가도 잊어버림의 축복에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는지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지 못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고민들의 가짓수와 크기 앞에서 내 피곤한 내색이 불쑥 튀어나올 때면 많이도 민망합니다. 아직도 종종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어리광을 피는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언제쯤이면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머니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말입니다.’ 언제쯤이면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머니께서 본인이 아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도 잊어버림의 축복 속에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저작권자 ⓒ 골든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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